오버핏
우산은 귀가 얇고 소모성이다 일주일치 날씨를 외며 가방을 채워넣다가 나는 그것을 알았어
일기(日氣)에도 클리셰가 있다면
믿겠니 먼 바다는 이면에 미만하고 누군가 흐리다는 말을 몰랐다
주고받은 침묵 속에서 고의적으로 누락된 획처럼
부자연스러운 능선이 골과 마루를 질질 흘리며 뻗어가고 우리는 이 행성의 작동원리를 오해하는 데 성공하지
무지개의 식사장면을 본 적 없을 거야
아이들이
분수로부터 사들인 행운의 액수를 기억하지 않듯
자발적으로 무너지는 언덕들
구름의 맹종
계단에 엎드려 계단 모양이 되어가는 사람들
우리가 길러낸 식물은 도시보다 수명이 길고 함유된 고성(高聲)도 많다
비명(碑銘)을 위해 아껴둔 기후가 천천히 혀끝을 파고드는
말하자면 다 낡은 발목의 기분
흔들거나 입김을 불어서 책상에 쾅쾅 내리치면서 부지하는 목숨의
기분 날마다 이 리터 상당의 물을 조금씩, 끈질기게
섭취하는 기분
자라 무엇이 되겠습니까?
한 주기의 세떼가 쓸고 간 공중으로부터 떨어지는 V자
믿겠니 지상에 도달하기 전에 우리는 서로의 장례에 맞춰 뿌렸던 눈물의 순(順)을 복기하지
그게 잘못된 걸까 맑음 맑음 다음엔 비
비가 아니면 긴 잠을 확신하며
몇 세기 전 동전까지 유효한지를 두고 엄지를 튕겨보던 경쾌가
가설무대를 받치는 막대의 불안과
각자의 가방에서 덜그럭거리고 있는 천체의 수효가
여기는 언제나 기우뚱거리며 처음 와보는 불투명
밀물로 제 살을 저미는 해변의 대립항
무엇이 담겨 있었는지 열 때마다 인광이 튄다
표정을 읽기엔 모자라고
날짜는 눈부시다
날숨의 미래
가로수에서 떨어져 나오는 사람들을 본다
실수라는 표정을 느긋하게 쌓은 다음
가로수로 돌아가는
첩경이 여기에는 없고
목덜미 물린 채 산보하는 짐승과
빈번한 먼지의 결연한 유혹
모든 장면은 적당한 착각이다
그것은 아름답게
능선을 가로지르는 케이블카
오래 잊어버리기 위해 더 오래 기억하는 것
무너져야지 완성되므로 사위는 숨죽인다
돌아갈 곳과 내일 중에서 무람없이 하나를 택한다
조명을 돌리라는 지시는
자신을 소진시키는 가장 첨예한 방법
질감을 포기하는 사랑하는 장거리 선수
이유 없이 빙글거리는 개가 가진
좌우지간 집어먹고 보는 습관
더운 바람 불고 찬 바람 분다
도달하기 직전
증발하는 소나기는 유효하다
식탁 밑에서 돌연해지는 비극
모르는 모음들을 극복하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내가 겪었던 가장 찬란한 횡설수설을 이제 말해볼까
필요한 것은 정적과 부덕
계단에게 맡길 수 없는 것은 이렇게 많고
그것을 이해하지 않는다
우리는 한없이 장단에 가까워지는 대신
늘 정확하게 하차하지
잠잠해지는 클리블랜드
잠잠해지는 노면전차
계기판의 바늘이 툭 하고 떨어질 때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새들의 간격
반항하지 않는
셋부터 찌를 수 있다
아늑한 늑골
오르내리는
과테말라식 정형외과
방백과 반백의 결렬된 협상
우리가 빚은 원색은 여기까지다
변론의 여지가 없다
급파되는 돌림병
다 늦은 귀가를 파기하는 저녁
일말의 기쁨은 일말에게로 돌려주자
손길 없이 뜨거워지는 공구들
간헐적으로 치밀어 오르는
헛바퀴는 진창으로만 완성된다
어디서 물이 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