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사람 - 無蓋貨車

얼음사람



너는 모히또를 만들어 마시고 너는 김렛을 만들어 마시고 너는 진토닉을 만들어 마시고 너는 하이볼을 만들어 마시고 레몬이 들어간 하이볼 라임이 들어간 하이볼 진빔이 들어간 하이볼 산토리가 들어간 하이볼 잭다니엘이 들어간 하이볼을 만들어 마시고 또 너는 러시안 블랙을 만들어 마시거나 러시안 화이트를 만들어 마시거나 모스코 뮬을 만들어 마실 수 있지만 아직 그것들을 만들어 마셔보지는 않았다. 보드카는 없다. 여름엔 맥주가 어울린다고들 하지만 왜인지 너는 맥주 대신 뜨거운 술들을 찾게 되고 뜨거운 술에 그러나 얼음을 넣어 마시게 된다. 얼음은 녹여 먹거나 깨물어 먹을 수 있고 사각 트레이에 얼리거나 온더락 용의 커다란 구형 얼음을 만드는 트레이에 얼릴 수 있다. 얼음은 얼마만에 어는가? 가끔은 얼다 만 얼음을 써야 할 때도 있고 다 얼지 못한 얼음을 꺼내보는 일은 변태 중인 애벌레를 건드리는 것처럼 징그럽고 조심스러운 데가 있다. 물이. 물이 아니라 얼음의 체액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그러나 얼음은 대개 꽝꽝 얼어있고 오히려 트레이에서 잘 떨어지지 않을 때가 더 많다. 투명한. 얼음을 만들어 본 적 없고 너는 끓인 물로 얼음을 만들면 투명한 얼음을 만들 수 있다고 들었지만 그것을 시도해 본 일은 없다. 냉동실에 눈사람을 넣어본 일은 있다. 눈사람은 냉동실에서도 사라지지만 냉동실에서 얼음은 사라지지 않고 얼음에 유통기한은 없겠지만 오래된 얼음은 오래된 물처럼 먹기 꺼려지는 데가 있다. 너는. 트레이에서 얼음을 꺼낼 때 급하게 구는 탓에 꼭 한두 개의 얼음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너는 행주로 그것을 훔쳐 싱크대에 버린다. 물건을 버리는 것처럼 얼음을 버린다고 할 수 있을까. 수산시장 뒤편 혹은 이자카야 근처 골목을 지날 때 하수구 위에 얼음이 소변기 안에 얼음이 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얼음들은 흉한 몰골로 녹아가고 있다. 물도 흉한 몰골로 흘러갈 수 있지만 그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형태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의인화한다, 너는 생각한다. 그것은 공감과 연민을 불러 일으키고 필요하지 않은 고통을 만들어내고 그러나 실은 내가 나에게 느끼는 감정들일 뿐이다, 얼음에서 죽음을 볼 필요 없다고 중얼거리지만 너는 얼음을 오래 들여다보지 않고 얼음 근처에서는 발걸음이 빨라지고 비둘기나 고양이는 얼음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얼음을. 먹는 것은 사람뿐일지도 모르지만 너는 여름이면 동물원의 호랑이에게 얼음 속에 든 고기를 던져주었다는 글과 사진을 보았던 기억이 있고 호랑이도 얼음을 먹는다고 가정해 본다. 뭉툭하거나 날카로운 이빨 사이에서 얼음은 부서지고 얼음은 일그러지고 얼음은 쌓여서 집이 되고 얼음집에 물을 뿌리면 호랑이와 나는 따뜻하고 얼음집은 얼어붙는다. 얼음은 모히또에도 들어가고 진토닉에도 들어가고 김렛에도 들어가고 하이볼에도 들어가고 그것들은 모두 다른 맛이 난다. 냉동실의 눈사람은 냉동실 안에서 점점 작아지다 누군가에 의해 버려졌을 것이다. 너는 잔을 비운다. 얼음사람에 대해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