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 無蓋貨車

지표종



은퇴 이후 집안에는 개구리가 늘었다

아침 대신 집어먹기 시작한 신파가 상해 이태를 앓고 비극을 알았다; 코러스의 제일 덕목 성실함

비가 내리면 우산을 받고 눈이 내리면 서로를 껴안고

주인공이 죽으면 주인공을 묻고 목청도 좋다

사연 많은 무덤이 비옥하다는 소문에

줄줄

들어오는구나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데 개구리들

토착도 외래도 없이

각자의 파트를 번갈아 무대 준비에 한창이구나 겨우내 꿈속에서 상연될

운이 따른다면

너무 깊은 잠에 빠져 함께하지 못할


*


클라이막스로 치닫고 있었다

돌이킬 수도 없이 돌아오는 서사

부푼 배의 크기로 말하고 있었다

천둥번개를 가득 머금은 화창함

안에서 밖으로 잠식하고 있었다

끊어질 듯한 목과 공기의 떨림과

빈 들것은 멀어지고 있었다

피 흐르지 않아도 쌓이는 죽음

살얼음처럼 투명히 깔리고 있었다

밀면 밀리고 치면 부서지는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


점점 낮아지던 탁자가 수면에 닿아

밥도 밥이 아니고 반찬도 반찬이 아니게 될 때

둥둥 떠 있는 겨울의 아늑함이 신기해 불쌍한 신들은 말을 몰라 집을 지었네; 잠꼬대 하려고

불을 피우고 파수병 세우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

나날의 비탄이 연잎에 고이면 일용할 슬픔을 수확해 둘러앉는 저녁, 흘린 땀과 맞닿은 살이 전부고 섬뜩한

베일이 걷히기 직전

세상에 소일 아닌 것이 있으랴?

팔다리도 없고 듣는이도

없는

자꾸 걸어 나가는

새나라의 어린이 말씀이었다





(근작)

당근



의미가 심장하였다. 영양 가득한 밥상도 물리고

지난 장마로부터 생겨난 물길 따라 떠가던 산 것과 죽은 것들 헤아려 놓은 일지

읽고 또 읽기를 거듭하였다 더 이상 주인이 없어

서리가 불가능한 밭 파수하며

꿈자리 궁하면 제비 뽑았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별 진 데 사람 났다


손이 탄 개는 아무거나 먹지 않아 무서워

물컹한 기준과 뻣뻣한 호의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 있었는데

졌다 졌어, 이토록 얄팍하다는 건

결국 사라지지 않았다는 거, 내게 과하다는 거?


불분명한 복음에 감사합시다 우리가 실려 있을 수 있으니

있으라 있으라 있으라;

세 번 말하면 한 번은 정말일 수도 있으니

어떤 종자들은 빛 꺼뜨리지 않고 수천 년을 흘러온 것입니다 지하로부터

수록됨 밖으로

영하의 추위를 뚫고 난립하는 평화


우회하며, 몸에 좋고 마음에도 좋은 것 굴뚝마다 살포하며

베갯잇에 당부해 둔 은밀함

혹은 그것의 파괴됨으로부터 스스로를 역산해야 했다; 붉고 둥글고 두근거리게

존재한다는 것은 눈치 채인다는 것일까


무해한 것들의 목록에 기재되기 위해 인간이 말 대신 악수를 발명했다면

불판 위의 고기처럼 개들은 뒤집힐 테지

우리의 두 손은 보다 거룩한 일을 위해 차출되었으니

밤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드세요


부지가 불식하였다. 통성명도 하기에 앞서

서로의 몸에 묻은 지면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마주치는 체온

그러니까 네가…… 못 본 새 이만큼 컸구나;


너무 많이 담으려 들면 악몽도 찢어지기 마련이구나


냉혈로 기운 자루는 차고 또 기울고

이부자리 뒤집어 어제의 수확을 되새길 때에야 발견되는 신성, 잡힐 듯한 생생함

으적으적 씹으며

창밖으로는 심을 수 있는 비자연이 쏟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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