à la carte - 無蓋貨車

à la carte



녹이 묻어나는 탁자가 잠기도록 물을 붓고 사방으로 부엌이 떠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어

흰 살 생선이란 인간이 삼키기에 좋은 이름일 뿐

삭고 빛나는 노를 양손에 쥐고

늘 제자리야 식사는 등이 푸르고 도망치려는 기색 없다


구름이 빠져나간 유리를 장갑과 양말로 채워 넣으면 어느새 불가능한 자세로 껴안고 있는 사람들

유일한 조망이 되어

꽃다발까지 씹어 먹을 기세다 제 이의 이격(離隔)을 모르고


듣고 싶지 않았는데 휘파람은

악물수록 선명해져


허용된 무전을 소진해 하릴없이 따개비 점을 치는구나 중독성이 인정되어 사백 년 전 금지되었던

주파수를 닮아가는구나 우리의 레시피가

만능과 무능의 환상적인 랠리를 체현한 나머지

황금빛으로 뭉개진다


사막 위의 돛

혓바닥 위의 서역이 다 무슨 소용일까요?


과거 : 브라운관을 타고 생지로 돌아가려는 물고기들이 바늘구멍 앞에 모여 이루고 있던 장사진

대과거 : 성문(聲紋)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스스로 말하고 있음을 표시하기 위해 들고 다니던 뿔피리


미래 : (바람 빠져나가는 소리)


……점괘는 당신에게 다른 종으로 주사(走査)될 것을 제안한다 이를테면 흑백에서 주름으로, 식전빵에서

아이스크림으로 구전되는


접시 위에서 매너는 뒤집히지 않습니다 매너는 금속과 부딪혀 소리 내지 않으며 핏기가 가시도록 매너는 달아오르지 않습니다 더위와 풍랑에 맞서 매너는 투명함을 잃지 않고 언제든 적절한 속도와 알맞은 크기로


구멍을 통과하는 것은 어떤 우연일까요?

해가 뜨면 집집마다 오르는 연기로 그어진 허공의 마디들 이토록 정갈한데

닦아내도 소용이 없는 것은 사람의 형상

정박할 수 있는 조(調)를 찾아

사지를 뻗었습니다 겹겹이 부푸는 동물들의 울음과 더불어 너무 쉽게 유지되는 평화 너무 쉽게 부서지는


평화 :


순조롭게 해체되는 전서구들







신은 살 곳을 찾는 중이라고 했다. 신은 아무도 자신에게 세를 주지 않는다고 했다. 신은 이 년마다 하는 이사가 지긋지긋하다고 했다. 그러다 신은 바나나 월드에 왔고 그곳에서 나를 만났다. 신은 솔직히 이곳엔 아무도 없을 줄 알았다고 했다. 이곳엔 바나나가 비정상적으로 많은데 사실 바나나에게는 너무 추운 곳이라고 했다. 신은 자신이 어떻게 바나나를 만들었는지 줄줄 읊었고 나는 그런 건 모르겠고 관심도 없다고 했다. 신은 내가 여기 살 자격이 없다고 했다. 신이 왜 이 년마다 이사를 하는지 나는 알 것 같다고 했다. 신은 내가 보태준 거라도 있냐고 했다. 나는 그동안 이 바나나들을 심었다고 했다. 신은 그게 다 자신이 의도한 것이라고 했다. 신은 바나나 월드 밖에도 이미 바나나가 가득하다고 했다. 사실상 전 우주가 바나나 월드나 다름없다고 했다. 신은 바나나 때문에 자신이 쫓겨나는 게 말이나 되냐고 했다. 나는 그렇다면 바나나가 잘하고 있다고 했다. 신은 내가 건방지고 오만하며 불손하다고 했다. 나는 바로 당신이 그렇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은 요새 아무도 자기 말을 안 듣고 아주 마음대로 되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나는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고 했다. 신은 여기서 나가라고 했다. 나는 웃기지 말라고, 절대 그럴 수 없다고 했다. 절대? 신은 반문하며 나의 멱살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신의 손은 나를 통과해버렸다. 한편 신에게는 잡을 멱살이 없었다. 나는 바나나 월드의 유일한 규칙을 따르라고 했다. 신은 그런 건 자신이 정하는 거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이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둘 다 알고 있었다. 그렇게 운명의 퐁(Pong)*이 시작되었다. (…) 바나나나무 잎이 몇 장 떨어졌다. (…) 나는 살 곳을 찾는 중이라고 했다




* 일론 머스크 등이 설립한 뉴럴링크사는 2021년 4월 9일 유튜브에 “Monkey MindPong”이라는 영상을 게시했다. 이 영상에서 아홉 살 원숭이 페이저(Pager)는 뇌에 이식된 칩만으로 별도의 물리적 조작 없이 탁구를 모티브로 한 비디오 게임인 ‘퐁(Pong)’을 수행하며, 성과에 따라 입에 물고 있는 금속 빨대를 통해 바나나 스무디를 보상으로 제공받는다. (https://youtu.be/rsCul1sp4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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