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 無蓋貨車

만성



집중은 없다. 집중이 없으면 절망도 없다. 방울토마토를 씻는다. 방울토마토는 없다. 그것은 손에 박힌 가시가 신경 쓰인다. 신경이 평생을 이어지고 있다. 그것은 전문 병원을 알아본다. 버스를 타고 시계를 넘어서 찾아간다. 병원이 있어야 할 자리에 병원은 없다. 그것의 통증이 심해진다. 집에서 싸 온 방울토마토를 꺼낸다. 방울토마토는 없다. 그것은 우선 집으로 돌아간다. 그것이 내린 정류장은 없다. 늘어선 줄과 도착 예정인 버스는 없다. 그것은 걷기 시작한다. 길 양옆으로 밭이 펼쳐진다. 자라는 것은 방울토마토. 밀짚모자를 쓰고 구슬땀을 흘리며 밭일을 하는 농부는 없다. 초여름 땡볕은 없다. 빨갛게 익어가는 토마토는 없다. 그것은 이정표를 읽는다. 화살표 끝에 그것이 살던 도시는 없다. 그것이 살지 않던 도시는 없다. 이정표에 방향은 없고 과일을 파는 트럭과 직판장이 끝없이 늘어선 길은 없다. 그것의 통증이 심해진다. 그것은 분개한다. 분개할 만한 마음은 없다. 고통받던 오랜 세월은 없다. 그것의 옆으로 버스가 지나간다. 가운을 입은 의사들로 만원이다. 그들은 우선 방울토마토를 나눠 먹는데 밀짚모자를 쓴 농부가 그것을 건네고 있다. 그것의 시야 밖으로 버스가 빠져나간다. 바퀴에 가시가 박혀있다. 그것을 알아챈 운전사는 없다. 멀리 가진 못하겠군. 집까지 얼마가 남았는지 그것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그것은 돌아갈 집이 없고, 나아갈 걸음이 없으며, 괴롭히던 통증이 없고, 가시 박힌 손이 없다. 그것은 방울토마토다. 방울토마토는 없다. 바퀴가 구른다. 그것이 으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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