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 無蓋貨車

당근



의미가 심장하였다. 영양 가득한 밥상도 물리고

지난 장마로부터 생겨난 물길 따라 떠가던 산 것과 죽은 것들 헤아려 놓은 일지

읽고 또 읽기를 거듭하였다 더 이상 주인이 없어

서리가 불가능한 밭 파수하며

꿈자리 궁하면 제비 뽑았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별 진 데 사람 났다


손이 탄 개는 아무거나 먹지 않아 무서워

물컹한 기준과 뻣뻣한 호의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 있었는데

졌다 졌어, 이토록 얄팍하다는 건

결국 사라지지 않았다는 거, 내게 과하다는 거?


불분명한 복음에 감사합시다 우리가 실려 있을 수 있으니

있으라 있으라 있으라;

세 번 말하면 한 번은 정말일 수도 있으니

어떤 종자들은 빛 꺼뜨리지 않고 수천 년을 흘러온 것입니다 지하로부터

수록됨 밖으로

영하의 추위를 뚫고 난립하는 평화


우회하며, 몸에 좋고 마음에도 좋은 것 굴뚝마다 살포하며

베갯잇에 당부해 둔 은밀함

혹은 그것의 파괴됨으로부터 스스로를 역산해야 했다; 붉고 둥글고 두근거리게

존재한다는 것은 눈치 채인다는 것일까


무해한 것들의 목록에 기재되기 위해 인간이 말 대신 악수를 발명했다면

불판 위의 고기처럼 개들은 뒤집힐 테지

우리의 두 손은 보다 거룩한 일을 위해 차출되었으니

밤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드세요


부지가 불식하였다. 통성명도 하기에 앞서

서로의 몸에 묻은 지면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마주치는 체온

그러니까 네가…… 못 본 새 이만큼 컸구나;


너무 많이 담으려 들면 악몽도 찢어지기 마련이구나


냉혈로 기운 자루는 차고 또 기울고

이부자리 뒤집어 어제의 수확을 되새길 때에야 발견되는 신성, 잡힐 듯한 생생함

으적으적 씹으며

창밖으로는 심을 수 있는 비자연이 쏟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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